<낙산의 두 보산 간음, 정취, 그리고 조신> - 2/3
범일사는 놀라 깨었다. 종자 수십 명을 데리고 익령현으로 가서 그 중의 거처를 찾았다. 낙산 아랫마을에 한 여인이 살고 있어, 이름을 물어 보았더니 바로 ‘덕기’라고 했다. 그 여인에게는 나이 이제 여덟 살 난 한 아들이 있었다. 그 아이는 항상 마을 남쪽에 있는 돌다리 곁에 나가 놀곤 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어머니 덕기에게 ‘나하고 같이 노는 동무가 금색동자가 있노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는 이 사실을 범일사에게 알려 주었다. 범일사는 놀랍고 반가와 하며 그 아이를 데리고 아이가 항상 나가 논다는 그 돌다리 아래를 가서 찾아보았다. 물
앙 속에 한 석불이 있었다. 꺼내 보니 석불은 왼쪽 귀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으며 지난날 명주의 개국사에서 보았던 그 중과 같았다. 바로 정취 보상의 상이었다. 범일사는 곧 간자(점치는 대쪽)를 놀려 불전을 지을 자리를 점쳤다. 낙산 위가 길지로 나타났다. 이에 불전 세간을 그곳에 지어 그 석상을 안치했다(고본에는 범일의 사적을 앞에다 적고 의상, 원효 두 법사의 사적을 뒤에다 적어두었다. 그러나 상고해 보면 의상, 원효 두 법사의 행적은 당나라 고종대에 있었고 범일의 행적은 당나라 무종 이후에 있었으니 상거가 170여 년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앞서의 것을 기각하고 편차했다. 또 말하기를 범일은 의상의 문인이라고 하지만 잘못된 것임).
그 100여 년 뒤 들불이 일어나 낙산까지 번져왔다. 오직 관음보살상과 정취보살상이 안치되어 있는 두 불전만이 그 화재를 면했을 뿐, 나머지 다른 것들은 모두 회진 되었다.
서산(몽고를 가리킴)의 대군이 침입한 이후 계축, 갑인 연간(고려 고종 40년과 41(1253~1254)년)에 관음과 정취 두 보살의 상과 의상법사가 받아 봉안했던 그 두 가지 보주를 양주성(지금 강원도 양양)으로 옮겨 놓았다. 서산병의 공격이 매우 급격하여 성이 함락 직전에 놓여 있을 즈음 주지인 선사 아행이 은합에다 두 보주를 담아 가지고 도망치려고 하자 걸승이란 이름의 사노가 그것을 빼앗아 땅속 깊이 묻었다.
그리고 그는 결의 했다.
“만일 내가 이 병란에 죽음을 면하지 못한다면 두 보주는 영원히 인간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여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 내가 만일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두 보주를 받들어 나라에 바치리라.”
갑인년 10월 22일 양주성은 함락되었다. 아행은 죽었으나 걸승은 살아남았다. 군사들이 퇴각한 뒤에 그 두 보주를 파내어 명주성 감창사에게 바쳤다. 당시 낭중 이녹수가 감창사로 있었는데 그 보주들을 받아 감창고에 간수했다. 그리고 감창사가 교대될 때마다 전수해 왔다.
무오년(고종 45(1259)년 10월에 우리 불교계의 원로인 기림사 주지 대선사 각유가 진언했다.
“낙산사의 두 보주는 국가의 신보입니다. 양주성이 함락될 때 사노 걸승이 성안에 묻어 두었다가 군사들이 물러가자 도로 파내어 감창사에게 바쳤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보주는 명주 관아의 곳간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명주성이 그것을 보존해 나갈 수 없을 듯하오니 어부로 옮겨 와서 안치해야 합니다.”
상감께서 허락하셨다. 야별초군 10명을 출동시켜 걸승을 데리고 명주성에서 가져다 궐내의 부고에 안했다. 그때 사자로 갔던 야별초군 10명에게는 각각 은 한 근과 쌀 다섯 섬씩을 주었다.
옛날, 신라 시대였다.
세규사(지금의 흥교사, ‘규’자는 ‘달’자의 잘못으로 사실은 세달자가 맞는 말이다. 원주의 지적과 같이 이 절은 나중의 구교사로 현재 경기도 개풍군 흥교면 백룡산 아래에 있음)란 절이 있어 그 절의 장원이 명주, 날리군(지리지에 의하면 명주에 ‘날리군’이 없고 단지 날성군이 있는데 이곳은 본래는 날생군이요, 지금의 영월이다. 또 우수주 영내의 고을에 날영군이라고 있는데, 이곳은 본래는 날기군이요, 지금의 강주다. 우수주는 지금의 춘천. 여기서 말하는 ‘날리군’은 어느 곳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음)에 소재해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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