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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남백월 2성(南白月二聖), 노힐부득(努肹夫得), 달달박박(妲妲朴朴), (어른들이 읽는 삼국유사)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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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백월산의 두 성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 1/3

 

백월산 양성 성도기의 기록이다.

백월산은 신라 구사군(옛 굴자군으로 지금의 의안군을 말함)의 북방에 있다. 봉우리들이 빼어났으며 면면 수백 리에 뻗쳐 있어 실로 거산이다. 고로들이 전하는 바의 다음과 같은 내력이 이 산에 있다.

 

옛날 당나라 황제가 연못하나를 팠다. 매달 모름 이전, 휘영청 달이 밝으면 그 연못 속에는 한 산이 있어 마치 사자처럼 생긴 바위가 은은히 꽃 사이로 그림자를 비쳐 못 속에 나타나곤 했다. 황제는 화공을 시켜 그 모양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사자에게 그 그림을 지녀 보내어 천하를 두루 그 연못 속에 비치는 산을 찾게 했다. 그 당나라의 사자가 해동으로 와서 이 산을 보았다.

 

산에는 커다란 사자 바위가 있고, 산의 서남쪽 2보쯤에 삼산이 있어 그 이름을 화산(그 산은 한 덩어리로서 봉우리가 셋이기 때문에 삼산이라 함)이라고 했다. 그림과 서로 근사했다. 그러나 이 산이 과연 연못 속에 비치는 그 산인지의 진위를 알 수 없어 당나라의 사자는 신 한 짝을 벗어 그 사자 바위 꼭대기에다 걸어 두고 본국으로 돌아가 황제에게 아뢰었다. 그 신 그림자 역시 연못에 나타났다. 황제는 신기하게 여겨 이 산에 백월산(보름 이전 백월이 비치면 그 그림자가 연못에 나타나기 때문에 불린 이름으로 지금의 경상남도 창원군에 있음)이란 이름을 하사했다. 그렇게 이름을 하사한 뒤에는 연못 속에 그 산 그림자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백월산의 동남쪽 3천보쯤의 지점에 선천촌이란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는 두 사람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 한 사람은 노힐부득(‘이라고도 씀), 아버지의 이름이 월장이고 어머니 이름은 미승이었다. 그 다른 한 사람은 달달박박, 아버지의 이름은 수범이고 어머니 이름은 범마(<향전>치산촌이라 했음은 잘못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름은 우리말인데, 두 집에서 각각 두 사람의 심행이 등등하고 고절하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한 것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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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이 두 사람은 모두 풍골이 비범했고, 이 세상 밖을 동경하는 고원한 생각들을 품고서 서로 정답게 지냈다. 나이 약관이 되자 그들은 그 마을의 동북쪽 고개 너머에 있는 법적방에 가서 삭발하고 중이 되었다. 그곳에 있은 지 얼마 안 되어서 남쪽 치산촌 법종곡의 승도촌에 고사가 있어 수도인이 깃들 만하다는 소문을 듣고 함께 그리로 가서 대불전, 소불전 두 동리에 각각 거주했다. 노힐부득은 회진암(지금의 회진동에 바로 그 옛 집터가 있음)-[또는 양사라고도 한다]에 몸을 붙였고, 달달박박은 유리광사(지금의 이산 위에 절터가 있으니 바로 이것임)에 살았다. 둘 다 처자를 데리고 살았다. 생업을 경영하고 서로 오가면서 마음 편히 지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 세상 밖으로의 그 뜻은 잠시도 버리지 않았다. 신세의 덧없음을 관조하고 둘은 서로 얘기했다.

 

기름진 땅에 풍작을 거두는 것이 참으로 좋기야 하지만 저 의식이 마음 내키는 대로 생기고 저절로 배부르고 따스함이 얻어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 여인을 데리고 가정을 이루어 사는 그 정감이 즐겁기야 하지만 저 연지화장(연화장세계로, 불계를 가리킨다. 비로차나(Vairocana) 불이 있는 공덕무량, 광대장엄의 세계는 큰 연꽃으로 되고 그 가운데 일체국, 일체물을 모두 간직하고 있으므로 연화장세계라 한다. <범강경>에 의하면 비로차나불이 1천 잎으로 된 연화대에 앉았는데, 1천 잎이 각각 한 세계이며, 비로차나불로부터 화현한 1천 석가가 그 1천세계에 있고 한 나라에 한 석가가 있어서 보리수 아래에 앉았다고 했음)에서 1천 부처님과 노닐고 앵무와 공작새들과 더불어 서로 즐기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하물며 불법을 공부할바에는 마땅히 성불을 해야 하고, 도를 닦을 바에는 반드시 득도를 해야 함에 있어서랴. 지금 우리들은 이미 머리를 깍고 중이 되었으니 의당히 얽힌 인연들에서 벗어나 무상의 도를 이룩해야만 한다. 어찌 이 티끌과 같은 세상에 빠져들어 속인들과 다름이 없이 될 수야 있겠는가.”

 

드디어 두 사람은 인간 세상을 버리고 장차 깊은 산골 속으로 숨어가기로 했다. 어느 날 밤 꿈에 서방으로부터 백호광(부처님의 양미간에 희고 빛나는 터럭이 있는데, 그 오른쪽으로 말린 데서 끊임없이 광명을 내 뿜는다고 했음)이 비쳐 오면서 그 광명 속에 그 빛깔의 팔이 내려와 두 사람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꿈을 깨고 나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각기 꿈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의 꿈은 하나 틀림없이 꼭 같았다. 둘은 오랫동안 감탄해 마지않다가 마침내 백월산 무등곡(지금의 남동임)으로 들어갔다.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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