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의 부처 영상> - 1/2
<고기>에 이런 기록이 전한다.
만어산(경상남도 밀양군에 있는 산)은 옛 자성산, 또는 아야사산(‘아야사’는 마땅히 ‘마야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번역한다면 ‘어’가 됨) 그 이웃에 가락국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와 사람으로 화하여 나라를 다스리니, 이가 바로 수로 왕이다. 이 무렵 그 나라엔 옥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 못에는 독한 용이 살고 있었으며, 그리고 만어산에는 다섯 나찰녀(사람을 잡아먹는 악귀. <혜림음의> 25에 ‘나찰은 악귀로서 사람의 피와 살을 먹고 공중에 날아다니며 날래기 한이 없다’고 적여 있음)가 살았었다. 서로 오가며 사귀었다. 그들은 때때로 뇌우를 내려 4년 동안이나 곡식을 거두지 못하게 했다. 왕이 주술로써 그들의 심술을 제지하려고 해도 이루지 못하므로 스스로 머리를 숙이고 부처를 청하여 설법했더니 나찰녀는 그제야 5계(살생, 도적질, 음행, 거짓말, 음주 등 불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금계)를 받았다. 그 후로는 재해가 없었음은 물론이요, 동해의 고기와 용들은 고 속에 가득찬 돌이 되어 쇠북과 경쇠의 소리를 냈다.
또 기록을 더듬어 보면 대정(금나라 세종의 연호. 12년은 20년의 잘못임) 12년 경자, 고려 명조 11년에 처음 만어사를 축조했다. 동량(고려 시대의 승직) 보림이 보에 글을 올렸다. 글에 이르되, ‘이 산중의 신기가 북천축 하라국(나건하라국의 일컬음인데, 고대 인도에 있던 나라의 하나임)의 부처에 관한 일과 서로 맞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그 첫째는 산 근처에 있는 옥지, 그곳에는 독한 용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요, 둘째는 시시로 강가에 운기가 일어나 산마루에 이르는데 그 구름 속에서 음악이 인다는 것이요, 셋째는 부처 영상이 있는 서북쪽에 반석이 있어, 늘 물이 마르지 않고 괴는데 이곳은 부처가 가사를 씻던 곳이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이상은 모두 보림의 말인데 지금 친히 와서 예하고 보니 믿을 만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골속의 돌이 거의 모두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그 하나요, 멀리서 보면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스러져, 또는 보이고 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 둘이다. 북천축의 글은 뒤에 자세히 기록했다.
가자함의 <관불삼매경> 제7권에도 이런 기록이 있다.
부처가 청화천련의 북쪽 나찰혈이 있는 아나사산 남쪽에 이르니 그 구멍에서 나찰 다섯이 여룡으로 화하여 용과 서로 사귀고 있었다.
득룡은 우박을 내리고 나찰은 난폭한 행동을 함으로써 나라에는 기근과 질병이 4년이나 계속되고 있었다. 왕은 놀랍고 두려워 천지신명께 기도하고 제를 지냈으나 아무런 도움이 없었다. 그때 한 슬기로운 바라문이 있어 대왕께 아뢰기를,
“가비라국(석가모니가 탄생한 나라. 정반왕은 그의 아버지) 정반왕의 왕자가 지금 도를 이루어 호를 석가문이라 부르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심중으로 크게 기뻐하여 부처를 향해 예를 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어째서 오늘 불교가 이미 일어났는데, 아방에는 오시지 않는 것입니까?”
이때 석존은 나건하라왕 불파부제의 청을 들었다. 여선 신통력(여섯 가지 신통력은 곧 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식족통, 누진통 등인데 신묘불측과 무애자재의 뜻)을 얻은 이에게 자기의 뒤를 따르게 했다. 석존의 이마에서는 순간 광명이 일어나고, 1만이나 되는 제천(<태평광기>에 제천선신이란 말이 있다. 곧 여러 천신을 가리킴) 화불(‘만일 국토와 중생이 있으면 응당 불신으로 법을 얻는다. 이가 관세음보살, 곧 불신으로 나타나 설법을 한다.’는 말이 <법화경>에 있다. 바로 보살의 신통력으로 변해 나타나는 부처를 말함)을 만들어, 그 나라로 갔다. 용왕과 나찰녀는 온몸에 땅에 오그리고 꿇어 엎디어 예배하면서 부처에게 계를 청했다. 부처는 곧 그들을 위하여 삼귀(<관무량수경>의 ‘삼귀를 받아 가지면 중계가 족하다.’는 말과 같이 불, 법, 승에 귀의 한다는 뜻), 오계로써, 설법했다. 용왕은 듣기를 마치자 합장하고 세존이 이곳에 상시 계시기를 청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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