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구애되지 않다> - 1/2
성사 원효의 속성은 설씨, 그 조부는 잉피공 또는 적대공이라고도 한다. 지금 적대연 곁에 그의 사당이 있다. 아버지는 담날내말(‘내말’은 즉, ‘나마’이니 신라 관직의 11등급)이다.
원효사는 압량군(지금의 장산군) 남부 불지촌의 북쪽에 있는 율곡의 사라수 아래에서 태어났다. 불지촌이란 마을 이름은 발지촌이라 쓰기도 한다. 사라수의 대해선 세속에 전하는 바로 이러하다.
즉 원효사의 집이 본래 율곡의 서남쪽에 있었다. 그 어머니가 원효사를 잉태, 만삭이 되어 마침 그 골짜기의 밤나무 아래를 지나다 홀연 해산을 했다. 창황중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고 하여 그 남편의 옷을 나무에다 걸어 두고 거기서 지냈다. 그래서 그 밤나무를 ‘사라수’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 나무의 열매가 또한 보통의 것과는 특이하여 지금도 그것은 ‘사라율’이라고 불리고 있다. 고전에 의하면 옛날 어떤 주지가 그 사노들에게 하룻저녁의 저녁밥거리로 한 사람 앞에 밤 두 알씩 나누어 주곤 했다. 사노들이 불평을 품고서 관가에 고소를 했다. 관리가 이상스러워 그 밤을 가져다 검사를 해 보았더니 밤 한 개가 바리 하나에 가득 찼다. 그러자 그 관리는 도리어 사노 한 사람에게 한 개씩만 주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그 밤나무가 있는 산골짜기를 ‘율곡’이라고 이름하게 된 것이다.
원효사는 출가하고 나서 그의 집을 희사하여 절로 만들어 이름을 ‘초개사’라고 했다. 그리고 원효사가 태어났던 그 밤나무의 곁에도 절을 지어 ‘사라사’라고 했다.
원효사의 행장에는 성사가 서울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그 조부의 본거지를 따른 것이다. <당승전>에는 원효사는 본시 하상주의 사람이라고 했다. 소고에 보면 당 고종 16년, 즉 문무왕 즉위 5(665)년 중에 문무왕이 상주와 하주의 땅 일부를 떼어서 삽량주를 설치했으니 하주는 바로 오늘날의 창녕군에 해당하고, 압량군은 본래 하주에 소속된 고을이다. 상주는 지금의 상주이니 또한 상주라고도 쓴다. 원효사가 태어난 불지촌은 지금 자인현에 속해 있으니 곧 압량군의 분개된 한 구역이었다.
원효사의 아명은 서당, 제명(‘제명’은 ‘관명’과 같은 말일 듯함)은 신당(‘당’은 속언에 ‘털’이라고 함)이었다. 당초 그 어머니는 유성이 품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나서 원효사를 잉태했는데 해산하려고 할 때에는 오색구름이 땅을 뒤엎었다.
원효사의 탄생은 진평왕 즉위 39년, 즉 수나라 양제 13(617)년에 있었다. 그는 천생으로 총혜가 비범하여 스승을 모시지 않고 독력으로 배워갔다. 그가 수도를 위해 사방으로 운유한 행적의 시말과 불교의 홍통에 남긴 성대한 업적은 당 승전과 그의 행장에 모두 실려 있으므로 여기선 일일이 다 적지 않고 단지 <향전>에 실린 한두 가지의 특이한 일만을 기록하겠다.
어느 날, 원효사는 춘의가 발동하여 다음과 같은 시가를 지어 부르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자루 없는 도끼’는 여자의 생식기를 뜻함)를 주려나,
하늘 받칠 기울을 찍어내려네.
사람들은 모두 이 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다만 태종 무열왕이 듣고서 말했다.
“이 법사가 귀부인을 얻어 훌륭한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구나. 나라에 훌륭한 인물이 있으면 이익이 그보다 더 큰 수가 없지!”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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