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 계율을 확정하다> - 2/3
선덕여왕 즉위 12년에 왕은 태종에게 글을 보내 자장을 돌려보내 주기를 요청했다. 태종은 선덕왕의 요청을 허락하고, 자장을 궁중으로 불러들여 명주 일령과 잡채 500단을 하사했다. 황태자 역시 200단을 선사했다. 그밖에도 예물이 많았다. 자장은 본국의 불경이며 불상들이 아직 미비함을 생각하여 대장경 1부와 번당, 화개 등 그것을 갖춤으로써 복리가 될 만한 것이면 가져가게 해주길 청하여 모두 실어왔다.
그가 본국에 돌아오자 온 나라가 환영하고 왕은 그에게 분황사(<당전>에는 ‘분황’을 ‘왕분’이라고 썼음)에 머물러 있게 하고 대우를 두터이 했다. 어느 여름에 자장은 궁중으로 초청되어 가 대승론을 강했다. 또 황용사에서 이렛낮, 이렛밤 동안 보살계본을 강의했는데, 그때 하늘은 단비를 내리고 운무가 자욱히 강당을 덮었다. 사부중(비구, 비구니, 우사새, 우사이를 가리킨다. 또는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라고도 함)들이 모두 그 이적에 탄복했다.
당시 조정에서 불교가 동방으로 전파되어 온 지가 비록 오래이나, 그것을 주지하고 수봉 해감에 있어서 일정한 법도가 결여되어 있어 기강을 세워 통괄해 가지 않으면 교계를 엄정히 정돈할 길이 없다는 의논이 일어났다. 그래서 신하들의 직언과 왕의 칙명으로 자장을 대국통으로 삼아 승니 일체의 규식을 모두 승통에게 위임하여 관장해 나가게 했다(상고해 보건대 북제는 천보 연간에 전국에 10통을 두었는데 유사가 아뢰기를 ‘마땅히 직위를 분별케 해야 할 것이라.’ 하여 이에 선제가 법상법사로 대통을 삼고 나머지 사람들로 ‘통통’을 삼았음). 자장은 그 좋은 기회를 만나 불교의 홍통에 한층 분발했다. 하여 그는 승니오부에 각기 구학을 더하게 하고, 반달마다 계를 설하게 하며 매년 겨울과 봄에는 시험을 실시하여 계를 잘 지켰는가, 아니면 범했는가를 알게 하고, 그리고 임원을 두어 관리, 유지해 나가게 했다. 그는 또 순검사를 파견하여 지방의 사찰을 일일이 살펴서 승니의 과실을 징계하며 불경, 불상 등속을 장엄히 보존하게 하는 것으로써 항규를 삼았다. 일대의 호법이 이 자장의 활약에서 크게 진전되었으니, 그것은 마치 공자가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돌아간 데에서 음악이 바로잡혀 아, 송이 각기 그 마땅함을 얻게 된 경우와 같았다. 그즈음 신라 사람들로서 계를 받고 부처를 받드는 이가 열 집 중에 8, 9는 되었으며 머리를 깍고 승문에 들어오기를 청하는 자가 세월이 갈수록 불어났다.
이에 자장은 통도사를 창건하여 계단(계단에 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되었음)을 쌓고는 사방에서 모여든 승려 지망자들을 입문시켰다. 그리고 그가 출생했던 집, 원녕사를 개축하고 낙성회를 열어 잡화만게(‘잡화’는 화엄의 뜻)를 강했다. 그때 52녀가 감응, 현신하여 그의 강을 들었다. 자장은 제자들을 시켜 그 수효대로 나무를 심어 그 이적을 기념케하고, 그 나무들을 ‘지식수’라 불렀다.
일찍이 자장은 국가의 복식이 중국과 같지 않음을 보고 중국의 것과 같게 하기를 조정에 건의했던바 좋다는 허락이 났다. 그리하여 진덕여왕 즉위 3(650)년에 비로소 중국 조정의 의관을 착용하게 되었다. 그 이듬해에도 또 정삭(정월 초하루를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 왕조가 바뀌면 ‘정삭’을 개정하는 일이 있었음)을 받들고 처음으로 당나라의 연호 ‘영휘’를 썼다. 그 뒤부터는 사신을 보낼 때마다 그 서열이 번국들 가운데서 상위에 있게 되었으니 이는 자장의 공이다.
만년에 그는 서울을 하직하고 강릉군(지금의 명주를 말함)에 수다사를 세우고, 거기에 거처하고 있었다. 다시 꿈에 당나라의 청량산에서 하산할 때 북대에서 만났던 그 이상한 중과 같은 모양을 한 중이 와서 고했다. ‘내일 그대를 대송정(그 송정에는 지금까지 가시나무가 나지 않고, 또 매 종류의 새들은 들지 않는다고 함)에서 보리라.’ 자장은 놀라 깨어나 일찍 대송정으로 갔다. 과연 문수보살이 감응해 이르렀다. 자장은 보살게 법요를 물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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