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 풍악의 발연수 석기> - 1/2
진표율사는 전주 벽골군 도나산촌 대정리의 사람이다. 열두 살에 출가의 뜻을 품으매 그 아버지가 허락을 했다.
진표사는 금산수의 순제 법사에게로 가서 중이 되었다. 순제법사는 진표사에게 사미계법을 주고 그리고 <공양차제비법> 1권과 <점찰선악업보경> 2권을 전교하고 나서 말했다.
“너는 이 계법을 지니고 미륵과 지장 두 보살 앞에 가서 간구하고 참회하여 친히 계법을 받아 세상에 유전하도록 하라.”
진표사는 순제법사의 교시를 받들고 그의 곁에서 물러나와 명산을 편력했다. 그때 진표사의 나이 이미 27세였다.
당 숙종 4년, 즉 경덕왕 즉위 19(760)년에 진표사는 쌀 스무 말을 쩌 말려 그것으로 양식을 삼아가지고는 보안현으로 가서 변산 불사의방에 들어갔다. 5홉의 쌀로써 하루의 식량을 삼고 그중 1홉은 덜어내어 쥐를 기르며 진표사는 미륵상 앞에서 계법을 근구했다. 계법을 근구하기 3년이 3ㅚ어도 수기를 얻지 못하자 진표사는 발분, 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때 홀연 푸른 옷의 동자가 나타나 손으로 진표사를 받들어 바위 위에 올려놓아 주었다. 진표사는 다시 염언을 발하여 삼칠일(즉 21일간을 뜻함)을 기약하고 밤낮으로 열심히 수도하여 육신으로 돌을 두드리며 참회했다. 그런지 3일 만에는 손이며 팔이 부러져 버렸다. 7일째 밤이 되자 지장보살이 손에 금석장을 흔들며 아서 가호해 주었다. 그러자 손이며 팔이 전과 같이 되었다. 지장보살은 드디어 가사와 바리를 주었다. 진표사는 그 영웅에 감동되어 더욱 정진했다. 삼칠일의 기간이 차차 천안(오안의 하나. 전취에 나거나 또는 선정을 닦아서 얻는 눈. 미세한 사물까지도 멀리 그리고 널리 볼 수 있으며 중생들이 미래에 생사하는 모양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을 얻어 도솔천중이 오는 모양을 보았다. 이에 지장과 미륵 두 보살은 진표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칭상했다.
“장하도다 대장부여, 이와 같이 계를 구하여 신명을 아끼지 않고 간구하고 참회하는구나!”
그리고는 지장보살은 진표사에게 계본을 수여하고 미륵보살은 두 개의 나무쪽을 주었다. 그중의 하나에는 ‘구자-아홉째의 것’라 씌어 있고 다른 하나는 ‘팔자-여덟째의 것’라고 씌어 있었다. 보살은 다음과 같이 진표사에게 알려 주었다.
“이 두 개의 쪽은 나의 손가락뼈이니라. 이 둘은 시각과 본각의 두 각을 비유하고 있다. 또 ‘九’자는 ‘법이’이고 ‘八’자는 ‘신훈성불종자’(즉 ‘신훈종자’, 유식종에서 제8아라야 중에 있는 종자에 선천적으로 존재한 것과 후천적으로 여러 가지 정신작용에 의해 중부한 것으로 나누는데 신훈종자는 후자를 말함)이다. 이것으로써 마땅히 과보를 알 것이니 너는 현재 그 몸을 버리고 대국왕의 몸을 받아 후일 도솔천에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말해 주고 두 보살은 사라졌다. 때는 경덕왕 즉위 21(762)년 4월 27일이었다.
진표사는 교법을 받고 나서 금산사를 창건하려고 산에서 내려왔다. 대연진에 이르자 홀연 용왕이 나타나 옥가사를 바치고, 그리고 8만 권속을 거느리고 그를 모셔 금산수로 가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볼일내로 절을 완성시켰다. 다시 미륵보살이 감응되어 도솔천에서 구름을 타고 하강하여 진표사에게 계법을 주매 진표사는 시주를 권하여 미륵 장륙상을 만들고, 또 금당의 남쪽 벽에다 미륵보살이 하강하여 계법을 주는 모양을 그렸다. 그 미륵보살의 장륙상은 경덕왕 즉위 23(764)년 6월 9일에 주성하여 혜공왕 즉위 2(766)년 5월 1일에 금당에 안치했다. 그 해는 당 태종 4년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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