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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이혜동진(二惠同塵), 혜숙법사 이야기, (어른들이 읽는 삼국유사)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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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숙, 혜공, 진 속에 묻혀 살다> - 1/2

 

석혜숙은 화랑 호세랑의 낭도 중에 섞여 있다가 호세랑이 화랑의 자리를 사임하자 그 역시 물러나와 적선촌(지금 안강현에 적곡촌이 있음)20여 년을 은거하고 있었다.

 

당시 국선으로 구참공이란 이가 있어 하루는 그 쪽 교외로 나가 사냥질을 하러 다니고 있었다. 그때 혜숙이 길가에 나가 구참공의 말고삐를 잡고 이 못난 사람도 따라다니고 싶은데 좋은가고 청했다. 구참공은 허락했다. 이리하여 그들은 종횡으로 내달리며 옷을 벗어젖히고 서로 앞을 다투기도 하고 하여 구참공은 무척 즐거웠다.

 

모여 앉아 피로를 풀면서 그들은 사냥한 고기를 굽고 지지고 하여 분주히 먹어 댔다. 혜숙법사 역시 어울려 그 고기들을 먹으며 조금도 꺼려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렇게 한바탕 먹고 나자 혜숙사는 구참공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것보다 더 맛좋은 고기가 있어서 드릴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구참공은 좋다고 답했다. 혜숙법사는 구참공의 종자들을 물리치고 자기의 다리 살을 베어 내서 소반에다 받쳐 올렸다. 혜숙법사의 바지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구참공은 경악에 차서 물었다.

 

어쩐 일인가?”

혜숙법사는 답변했다.

 

처음 저는 생각하기를 공은 인인인지라 능히 자기 자신을 미루어 일반 유생(생명이 있는 것들)에게까지 미치게 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공을 따라나섰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공의 즐겨하는 바를 살펴보매 오직 살육을 탐하고 남을 해쳐 자기 일신이나 기르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어찌 인인군자의 소행이라 하겠습니까. 그러니 공은 우리들의 무리가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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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혜숙법사는 옷을 떨치며 가 버렸다. 구참공은 크게 부끄러웠다. 혜숙법사가 바치던 소반을 살펴보니 그의 몫으로 주어졌던 고깃덩이가 하나 다쳐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구참공은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돌아가 이 사실을 조정에 알렸다. 진평왕이 듣고는 사자를 보내어 혜숙법사를 맞아 오게 했다. 혜숙법사는 이 사자에게 자기자 여인의 침대 위에 누워 자는 꼴을 짐짓 보여 주었다. 사자는 혜숙법사를 더럽게 여기고 되돌아가다가 7, 8 마장쯤에서 혜숙법사를 만났다. 사자는 혜숙법사에게 어디서 오는 길이가고 물어 보았다. 혜숙법사는 서울 성안의 시줏집에 7일간의 재를 하러 갔다가 끝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답했다. 사자는 돌아가 임금님에게 아뢰고, 사람을 보내어 그 시줏집을 조사해 보았더니 혜숙법사가 그 집에 가서 7일간의 재를 지낸 것이 모두 사실이었다.

 

얼마 있지 않아 혜숙법사는 갑자기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현(‘형현이라고도 씀) 동편에 메어다가 장사지냈다. 그때 이현 고개 서편에서 오던 그 마을의 어느 사람이 도중에서 혜숙법사를 만났다. 그 사람이 어디를 가는 길이냐고 묻자 혜숙법사는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오래 살았으므로 이제 다른 곳에서 노닐려고 하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헤어졌다. 반 마장쯤 가더니 혜숙법사는 구름을 올라타고 가 버렸다. 그 사람이 이현 고개의 동편에 이르러 혜숙법사의 장례를 치르던 사람들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음을 보고, 그가 본 사실들을 낱낱이 들려주었다. 갓 모았던 무덤을 다시 헤쳐 보니 단지 짚신 한 짝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지금 안강현의 북쪽에 혜숙사란 이름의 절이 있으니 바로 그가 살던 곳이라 한다. 거기에는 부도도 있다.

 

석혜공은 천진공의 집에 고용살이하던 노파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들 이름은 우조(‘우조는 우리말로 지은 이름일 것임)였다.

 

천진공이 일찍이 종기가 나서 거의 죽게 되었다. 문병하러 오는 사람들이 길을 메웠다. 우조의 나이 그때 일곱 살, 그 어머니에게 집안에 무슨 일이 있기에 손님들이 이토록 많이 모여들었느냐고 물었다. 그 어머니는 주인이 몹쓸 병이 나서 지금 위독한데 넌 어찌 모르고 있었느냐고 알려 주었다. 그러자 우조는 내가 그 병을 고칠 수 있노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이의 그 말이 하도 신기해서 천진공에게 알렸다. 어머니는 아이의 그 말이 하도 신기해서 천진공에게 알렸다. 천진공이 우조를 불러 들였다. 우조가 천진공의 병상 아래에 와 앉아서는 한 마디 말도 없었는데 조금 뒤 천진공의 종창이 터졌다. 천진공은 하나의 우연이리라 여기고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다음 화에 계속 -

 

<<삼국유사>>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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