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산이성(包山二聖), 포산에 살고 있는 두 명의 성사, 삼국유사, (어른들이 읽는 삼국유사)

 

 

<포산의 두 성사>

 

관기와 도성, 두 성사가 신라에 있었다. 그들이 어떤 분들이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속세를 떠나 함께 포산(경상북도 현풍에 있는 비슬산)에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관기는 남쪽 마루에 암자를 짓고, 도성은 북쪽 굴에 거처했다. 서로 10리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구름길을 헤치고 달밤이면 노래하면서 왕래하곤 했다.

 

도성은 관기를 부르고 싶으면 산속의 나무들이 화합하여 일제히 남으로 머리를 숙이며 맞아들이는 시늉을 지었고, 관기는 그것을 보고 도성에게로 갔으며, 관기가 도성을 부르고 싶으면 역시 나무들이 그와 같이 북쪽으로 머리를 숙이고, 그리하여 도성이 또 관기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세월을 몇 해, 그가 거주하고 있던 뒷산의 높은 암벽 위에 도성은 언제나 좌선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벼랑 사이로 몸을 빼어 온몸을 하늘에 날리며 떠났는데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어떤 이는 수창군(지금의 수성군)에 이르러 세상을 이별했다고도 한다. 그 뒤를 따라 관기도 또한 세상을 이별했었다. 지금은 두 성사의 이름으로 그 터를 이름 지어 그 터가 그대로 오늘까지 남아 있다. 높이가 두어 길이나 되는 그 한 곳, 도성암의 굴 아래, 뒷사람들은 절을 세웠다.

 

태평흥국 7년 임오(982)년, 석 성범이 처음으로 이 절에 와 살면서 만일미타도량을 열어 50여 년을 힘써 수도했다. 특이한 상서로움이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현풍의 20여 신도들이 해마다 향나무를 주워 사주했는데, 그 향나무들은 밤에 이르러 촛불처럼 찬란한 빛을 나타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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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 사람들은 모두 이상히 여겨 향나무를 크게 보시했으나 다만 처음 빛을 얻은 해만(지지에 의해서) 축하했다. 아마도 두 성자의 영감이요 산신의 도움이었던 것 같다. 산신의 이름은 정성대왕, 일찍이 가섭불 때에 부처님의 부탁을 받았다. 그는 약속하기를,

 

“산중에서 1천 명의 출세를 기다려, 남은 과보를 받겠나이다.”

 

했다.

 

그는 산속에서 일찍이 구성의 유사를 기록했는데 지금 그 내용은 자세하지 않다. 구성은, 관기, 도성, 반사, 첩사, 도의(백암사의 터가 있음), 자양, 성범, 금물녀, 백우사이다.

찬한다.

 

달빛을 밟고 서로 찾아 운천을 희롱하던,

성사들의 그 풍류 및 백년이 지났는고.

연하 낀 구렁엔 고목만 남아 있고,

찬 그림자 어긋비긋 맞이하듯 하누나.

 

반과 첩은 차음이고 우리말로는 피나무, 갈나무이다.

 

오랫동안 인세와 사귀지 않고 산골에 숨어 살며 나뭇잎으로 옷을 이어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습기를 막고 부끄러움을 가렸으므로 반사, 첩사를 그 호로 삼았던 것이다. 일찍이 들으매 풍악에도 또한 그러한 이름이 있었다고 하니 이로 미루어, 대개 옛날 은사들의 세속을 떠난 운치가 이와 같았음을 알겠다. 다만 답습하기 어려울 뿐이다.

 

아아, 흠모하기에도 송구스러운 두 성사의 드높음이여, 나는 포산에 우거하면서 그대들의 덕을 기리는 길밖에 없었나니 그것을 여기 아울러 적어 놓음으로써 그대들을 더욱 드높이고자 한다.

 

자모와 황정(풀과 약초의 이름임)으로 배를 채우고,

입은 옷은 얼기설기 엮은 나뭇잎.

솔바람 쏴쏴 불고 산은 험한데,

해 저문 저 숲 아래 나무 해 돌아온다.

밤 깊고 달 밝아, 그 아래 앉은 이,

상신은 고요히 바람 따라 가는 듯,

포단에 누워 자는 잠 속에서도,

그 꿈 속세에는 가지 않누나.

아아 운유여, 이제 간 운유여,

암자엔 산 사슴만 오르내릴 뿐,

인척이 드물어 적적키 짝 없네.

 

- 끝 -

 

<<삼국유사>> 제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