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성모수희불사(仙桃聖母隨喜佛事), 중국 사소공주 이야기, (어른들이 읽는 삼국유사)

 

 

<선도성모, 불사를 즐겨하다>

 

진평왕 연대에 지혜란 법명을 가진 비구니가 있어 어진행적이 많았다. 지혜는 안홍사에 머물고 있었는데 불전을 수리하려는 생각을 했으나 재력이 미치지 못했다. 어느 날 밤의 꿈에서다. 맵시가 예쁜 그리고 주옥으로 머리를 장식한 여선이 와서 위로하며 말했다.

 

“나는 선도산(경주의 서산)의 신모다. 네가 불전을 수리하려는 것이 반가와 금 열 근을 시주하여 돕고 싶다. 모르지기 내가 앉아 있는 자리 밑에서 금을 가져가 보존 세 상에다 입히고, 벽에는 53불과 육류성중과 모든 천신과 오악(신라 때에 5악이 있어 동은 토함산, 남은 지리산, 서는 계룡산, 북은 태백산, 중은 부악, 또는 공산이라고도 함)의 신군들을 그려라. 그리고는 매년 3월과 9월의 10일에 선남선녀들을 모아 널리 일체 중생들을 위해 점찰 법회를 베풀어 그것을 향규로 삼도록 하라(본조 굴불지의 용이 임금에게 현몽하여 청하기를 ‘영취산에 약사도량을 길이 열어 해도를 평하게 하라’고 한 그 일이 또한 이와 같은 경우임).”

 

지혜는 깜짝 꿈을 깨어, 무리들을 데리고 신사에 가서 그 신모 자리 밑을 파 보았다. 과영 황금 160냥이 나왔다. 그것으로 불전 수리의 일을 성취시키고 모두 신모가 지시한 대로 따랐다. 그 사적만 남아있고 법사는 폐지되었다.

 

선도산 신모는 본래 중국 황실의 공주였다. 이름은 사소, 일찍이 신선술을 체득하여 이 해동에 와서 머무르고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다. 그 부황은 소리개의 다리에다 ‘이 소리개가 머무르는 곳을 따라가 집을 삼으라’는 사연의 편지를 달아 보냈다. 사소공주는 편지를 받아 보고 소리개를 놓았더니 소리개는 날아서 이 선도산에 와서 머물렀다. 사소공주는 드디어 선도산으로 와서 살면서 지선이 되었다. 그래서 산 이름을 ‘서연산’이라 했다.

 

신모는 오랫동안 선도산에 웅거해 있으면서 나라를 진호하여 신령한 일이 매우 많았다. 신라가 선 이래로 항상 삼사(‘삼사’는 대사, 중사, 소사를 말한다. 선도산은 소사에 편입되어 있음)의 하나로 모셔졌고 그 서차가 모두 망제(명산대천에 지내는 제사)의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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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대 경명왕은 매를 부리기를 즐겼다. 한번은 선도산에 올라 매를 놓았다가 잃어버리고 말았다. 왕은 신모에게 기원했다.

 

“만양 매를 찾게 되면 벼슬을 봉하리다.”

 

조금 뒤 매가 날아와 궤안위에 앉았다. 그래서 신모에게 ‘대왕’의 작위를 봉했다.

 

당초 사소공주는 진한에 와서 성자를 낳아 동국의 시조 임금이 되었다. 아마 혁거세와 알영의 두 성인이 탄생되어 온 바일 것이다. 그래서 ‘계룡’이니 ‘계림’이니 ‘백마’니 하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닭은 서방에 속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여러 천선을 시켜 집을 짜서 붉은 색으로 불들이어 조의를 만들어선 그 남편에게 바쳤다. 나라 사람들은 이것으로 하여 비로소 사소공주가 신통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국사>>에는 사신의 이런 말이 있다.

부식이 송나라 휘종의 정화 연간(1111~1117)에 사신으로 송나라에 들어가 우신관에 나아갔더니 한 당집에다 여선상을 모셔 놓았다. 접대관인 왕보가 그 여선상을 가리켜 ‘이것은 귀국의 신인데 공께선 알겠소?’라고 부식에게 물어보고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옛날 중국 황실의 공주가 바다를 건너 진한에 이르렀지요. 아들을 낳아 해동의 시조가 되었고, 공주는 지선이 되어 선도산에 길이 남아 있게 되었지요. 이것은 바로 그 여선의 상이외다.”

 

다음 송나라의 국사 왕양이 우리나라에 와서 동신성모에게 제사드릴 때의 그 제문에 ‘현인을 낳아 나라를 열었다.’는 구절이 있다.

 

이제 선도산 신모 사소는 능히 금을 시주하여 부처를 받들고, 중생을 위하여 법회를 열어 진량(중생 제도의 길을 물을 건널 때 쓰는 나루와 다리에 비유해서 말했음)을 마련해 주기도 했으니 어찌 한갓 장생술을 배워 몽롱한 선경에나 국집 된 자이겠는가.

찬한다.

 

서연산에 깃들어 온 지 몇 십 년이 지났던고,

천선들을 불러 예상(선녀의 옷)을 짜게 했구나.

장생술이나 닦는 선인에게도,

기특한 일 없잖았으니,

그래서 짐짓 금선(부처를 가리킴)을 뵈어,

옥황(신선교에서 받드는 천제)으로 받들었구나.

 

- 끝 -

 

<<삼국유사>> 제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