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통, 마룡을 굴복시키다> - 2/2
“너희들은 내가 하는 것을 지켜보아라.”
혜통은 그 사기병의 목에다 뺑 돌려 금을 그어 놓고 다시 외쳤다.
“너희들은 각각 상대방의 목을 살펴보아라.”
군졸들은 각자 상대의 목을 보았더니 모두들 목에는 붉은 금이 돌려져 있었다. 군졸들은 서로 보며 경악했다. 다시 혜통은 외쳤다.
“내가 만양 이 병목을 자르면 너희들의 목도 잘라질 테니 어떻게 할 테냐?”
군졸들은 부리나케 내달아 모두 붉은 금이 돌려진 목을 하고 왕에게 뵈었다. 왕은 ‘왕화상의 신통함을 어찌 인력으로 도모해 낼 수 있겠는가?’고 하면서 혜통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왕녀가 문득 병이 들자 왕은 혜통을 불러 구명케 했다. 병은 곧 나았다. 왕은 크게 기뻐했다. 그러자 혜통은 정공이 독룡의 작해를 입어 애매하게 죽음을 당했음을 얘기했다. 왕은 그 사유를 듣고서 정공을 죽인 걸 후회하고는 정공의 처자들을 방면시켰다. 그리고 혜통을 국사로 받들었다.
교룡은 정공에게 앙갚음을 하고 나서 기장산으로 가서 웅신이 되어선 그 악독함이 더욱 심했다. 많은 백성들이 횡액을 당했다. 혜통은 기장산으로 가서 교룡을 효유하고는 그에게 불살계(5계의 한 가지. 온갖 중생의 생명을 죽이는 것을 금지한 계율)를 주었다. 그러자 그 교룡의 작해는 지식 되었다.
보다 앞서, 신문왕이 등창이 나자 혜통에게 병을 보아 줄 것을 청했다. 혜통이 와서 주문을 외자 신문왕의 등창은 당장에 나아졌다. 그러자 혜통은 신문왕에게 말했다.
“폐하계선 전생에 관리의 몸이 되시어 선량한 사람인 신충에 대한 판결을 잘못하시어 그를 노예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신충이 원한을 품고서 환생하실 때마다 보복을 합니다. 지금 이 등창도 역시 신충의 저주로 하여 난 것입니다. 신충을 위하여 절을 세워 그의 명복을 빌어 원한을 풀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은 혜통의 말을 깊이 수긍하고 절을 세워 ‘신충봉성사’라 불렀다. 절이 낙성되자 공중에서 다음과 같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이 절을 세워 주신 덕으로 고생천을 벗어났으니 원한은 이미 풀리었도다(어떤 책에서는 이 사실이 진표전에 실려 있으나 잘못임).”
이 외침이 들린 곳에다 절원당을 세웠다. 그 절원당과 신충봉성사는 지금까지 남아온다.
이보다 앞서 밀본법사 다음에 고승 명랑이란 이가 있어, 용국에 들어가 신인(범어로는 ‘문두루’라 하고 우리말로는 ‘신인’이라함)을 얻어 신유림(지금의 천왕사임)을 조개하고는 어려 차례 이웃 나라의 내침을 기도로 물리쳤다. 이제 혜통, 즉 왕화상은 무외삼장의 진수를 전수받아 속세를 편력하면서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감화시켰으며, 아울러 전생에서의 인연을 뚫어 보는 지혜로써 절을 세워 원한을 풀어주게 하는 등, 밀교의 교풍은 이에서 크게 떨쳤다.
저 천마산의 총지암이며 무악산의 주석원들은 모두 그 유파이다.
또는 말하기를 혜통의 속명이 존승 각간이라 하나, 각간이라면 신라의 재상 급인데 혜통이 벼슬을 역임한 사적은 아직 듣지 못했다. 또는 또 혜통이 당초 사랑을 쏘아 잡았다 하나 다 미상이다.
찬한다.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그림자 울타리에 비껴,
봄이 깊자 시냇가엔 꽃이 흐드러졌었지.
도령이 한가로와 수달을 잡은 인연에 힘입어,
마룡을 멀리 서울 밖으로 쫓게 되었다.
- 끝 -
<<삼국유사>> 제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