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천상의 세계를 다스리는 상제(환인)
에게는 환웅이라는 서자가 있었다.
환웅은 매일같이 지상을 내려다보며
인간의 세계를 다스려 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 환인은 아들의 뜻이 그런 줄 알고
어디로 보낼까 하고 지상을 굽어보았다.
아름답게 펼쳐진 산과 강과 들,
그 가운데서 삼위태백(‘삼위’는
삼고산(三高山)의 뜻이고,
‘태백’은 그 중에 하나라는 설임)이란 산,
그곳이 가히 인간을 홍익할 만한
근거지로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곧 아들 환웅에게 부하 신을 거느리고
가서 지상을 다스릴 직권을 부여하는
뜻으로 천부인 세 개(‘부인’은 조정과
지방의 관원이 나누어 가져 신표로 삼는
물건으로서 그것이 천계의 것이기 때문에
‘천부인’이라 했다.
세 개라고 한 것은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을 거느릴 수 있는 직권에 관련된
것으로 보임)를 주어 내려가서
다스리게 했다.
환웅은 천상의 무리 3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지금의 묘향산임)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다.
내려와 그곳을 세상을 다스릴 근거지로
펴고서 신시라 불렀다.
이 신시를 연 환웅, 이가 곧 환웅천왕이다.
그는 ‘바람의 신’, ‘비의 신’, 구름의 신‘ 들을
거느리고서 농사며, 생명이며, 질병, 형벌,
선악 등 인간에 관한 360여 가지의 일을
주재하여 인간 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동굴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늘 신웅, 즉 환웅천왕에게
와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원했다.
신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이것을 먹어라. 그리고 100일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소원대로 사람의 몸으로
바뀌어지리라.”
곰과 범은 쑥과 마늘을 받아먹고
금기에 들어갔다.
삼칠일(21로, 21일을 37(삼칠)일로
표현한 것은 불교의 영향으로 보인다.
불교에서는 어떤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진행 또는 발생에 있어 7일을 하나의
단위 기간으로 숭상하는 습관이 있음)을
금기하여 곰은 마침내 사람의 몸,
그것도 여체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성질이 눅지 못한 범은
금기를 제대로 견뎌 내지 못하여
사람의 형체를 얻지 못했다.
<<삼국유사>>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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