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마의 정의
장마는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 자체를 이르는 말이다.
한자어로는 임우(霖雨)라고 한다.
장마 기간은 평균적으로 30~35일이나 이 기간에 계속해서 비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은 15~20일 정도이며 이 중에서도 정체전선에 의해 내리는 경우는 12~16일 남짓에 불과하다.
다만 장마 기간은 연도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예컨대 2020년 장마는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였으나 2021년 장마는 중부지방의 경우 매우 짧게 끝나 버렸다.
장마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표적인 여름 날씨이자 한반도 강수량의 약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일부는 장마를 '제5의 계절'이라 부르기도 한다.
2. 장마의 내용
'장마'라고 하면 보통 해당 기간 안에 비가 계속해서 지속해서 쏟아지는 형태를 연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보통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집중호우의 형태이다.
특히 최근 장마는 '야행성 장마'라고 일컬어지며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밤만 되면 국지성 호우가 세차게 쏟아지는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구름이 많은 날의 경우 낮에 지상보다는 오히려 상층이 가열되는 경우가 있는데, 밤에는 구름이 하층의 열을 가두지만 상층은 식으므로 대류가 발달하는 원리다.
실제로 여름철 강수 시간을 보면 소나기가 낮에 온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밤이 55%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3. 장마는 어떻게 오는가?
북쪽 러시아 해안 지역에 있는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오가사와라 제도 부근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로 뚜렷한 정체전선이 생기면서 장마가 된다.
다만 한반도의 경우 오호츠크해 기단뿐만 아니라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까지 일정 부분 장마에 이바지하는 특징을 보인다.
장마가 형성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베링해와 티베트고원이 있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베링해의 얼음, 티베트고원의 쌓인 눈의 양에 따라 고기압의 형성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한반도 북쪽과 남쪽에 있는 각각의 고기압이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장마철이 시작되는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해외에서는 장마를 동아시아 계절풍 기후의 일종으로 본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고 오호츠크해 기단이 물러나면 장마가 끝난다.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한여름에 접어든다.
그러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고 북쪽의 찬 공기가 확장하면서 정체전선이 다시 남하하여 한반도 인근에 자리를 잡는데 이를 '가을장마' 또는 '2차 장마'라는 용어로 부른다.
가을장마는 일반적으로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발생하며 보통 초여름 장마에 비해 짧지만, 간혹 여름 장마보다 더 많은 비를 쏟아붓는 때도 있다.
4. 장마의 영향
장마 동안 비가 적당히 내린다면 토양에 과다하게 쌓인 무기염류가 씻겨 내려가거나 가뭄이 해결되고 농사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1년 치 강수량의 약 3분의 1이 이 기간에 집중되는 만큼 물 걱정을 덜게 되고 습도가 높아져 미세먼지와 산불 걱정도 사라진다.
그러나 지나치면 강이나 호수 등이 범람하는 등 홍수가 나게 되며 그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산사태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장마가 오면 이전보다 습도는 많이 올라가고 온도는 많이 내려가지 않아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한다.
곰팡이가 여기저기에 끼기도 하고 음식이 쉽게 부패하므로 위생과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세해지므로 더위가 한층 심화하고 습도까지 높은 날씨가 이어지어 '짜증이 나는' 날씨가 지속된다.
또,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열대야도 시작된다.
5. 지구온난화 현상과 장마
최근에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북태평양 기단이 강해지면서 장마전선이 평균적으로 북상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 때문에 속칭 '마른장마'인 해가 잦아져 장마전선이 대한민국이 아닌 지역에 비를 뿌리는 일이 잦아졌다.
2016년, 2018년, 2021년과 같이 한반도 북부~만주 지역, 2010년, 2014년, 2015년, 2019년과 같이 남해상과 일본에 비를 집중적으로 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2018년에는 일찍 북상한 북태평양 기단으로 인해 7월 중순도 안 되어 장마전선이 만주 및 몽골까지 올라가 버렸다.
대신 8월 말에 태풍 솔릭으로 인해 장마전선이 다시 형성되어 폭우를 뿌렸다.
2021년에도 장마전선이 만주 및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중국은 7월 상순에 남부지방에 장마가 왔고 중순에는 북동부와 중동부를 중심으로 최악의 폭우와 저온 현상이 그달 하순까지 이어졌다.
반면, 당시 대한민국, 특히 중서부 지역은 폭염으로 인해 고온건조 했다.
이 현상과 태풍, 그리고 비교적 낮은 위도 때문에 동아시아는 서구권과 정반대로 한여름인 7월에 햇빛을 보기 힘들다.
실제로도 이 시기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며 자살률 역시 서구권과 반대로 폭염과 장마가 완전체를 이룰 때 가장 절정에 달한다.
오히려 햇빛을 많이 볼 수 있는 계절은 비교적 건조하며 해의 길이가 크게 짧지 않은 봄(4~5월)과 가을(10월)이다.
그렇지만 한반도의 경우 7월은 1월보다 낮의 길이가 대략 5~6시간 정도 길어서 한반도의 7월과 1월 일조량 차이는 유럽의 7월과 1월 일조량 차이보다 훨씬 적다.
즉,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연교차는 극심하지만, 월평균 일조량은 굉장히 고른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2010년대 들어서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7월이 오히려 맑은 시기도 많아졌다.
2002 한일 월드컵은 장마를 피하려고 개막일을 앞당긴 사례이다.
6. 장마와 공포 영화
한국, 일본에서 공포물이 여름에 흥행하는 이유도 장마철의 어두침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지중해성 기후에 가까웠다면 지금과 정반대로 겨울철에 공포물이 흥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더울 때는 공포물을 보며 잠깐이나마 더위를 잊어보자는 취지도 있다.